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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디자이너에게 가장 힘든 일은 (9) 2007/10/11
  2. Out of Print: Mevis & Van Deursen (3) 2007/10/08
살아 온 인생이 그리 길지 않아 속단하기 힘들지만 디자이너에게 있어 가장 힘든 일은

'일에 비해 시간이 촉박하게 주어진 상태에서 꼭 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닐까.

얼마 전 월간 디자인이라는 잡지에서 홍디자인의 대표로 계신 홍성택 님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어렸을 적부터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를 이 분의 책으로 공부했고, 그 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편이다. 어쨌든 그 기사에서 '디자이너들은 일이 많은 것을 싫어하진 않지만 충분히 올인할 시간이 없을 경우 매우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고 적었는데, 딱 내가 그러하다.

디자인을 하는 것 자체는 무척 좋은데,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언가를 디자인해야 할 경우 매우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 그것이 제약조건을 더 가질 경우 더욱 그러하다. 이를테면 지금부터 4시간 뒤에 포스터를 하나 만들어 내야 한다고 했을 때, 흑백으로만 작업해야 하고 좋은 시스템으로 작업할 상황이 못되는 경우라고나 할까?

나는 어떤 디자인 업무를 받았을 경우 그 자리에서 이것저것 아이디어를 떠올려 보고, 일단 적어둔다. 그리고 다른 작업을 하다 틈틈이 그 아이디어를 확장시켜 보거나 또 다른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되었거나 생각이 정리가 되었다 싶을 때 작업을 시작한다. 사실상 아이디어가 명확하고 충분하다면 작업하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도 않는다. 만약 시간이 부족하다면 바로 '생각할 시간'이 부족해지는 것이라 당연히 결과물이 나쁠 수밖에 없다. 일을 맡기는 사람은 그저 뚝딱뚝딱 만들어 내니 '맡기면 대충 휙휙 만들어 내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시간을 적게 주면 빨리 만들어 내겠거니 하겠지만 그것을 만들기 위한 준비 과정이 실로 만만치가 않은 것이다.

적은 시간 내에 임무를 완수하는 것은 집중력을 향상시켜 단시간에 아이디어를 생산해낼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라고 반박한다면, 물론 그것도 일리있지만 그것이 반복될 경우엔 오히려 대충 마무리지을 수 있어 역효과가 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런 상황을 겪으면서 감각이 무뎌지는 경험을 하였다. 단시간에 임무를 완수하는 것은 다른 직업에서는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모르겠지만 디자이너에게 큰 부작용을 안길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너무 많은 시간을 주면 나태해질텐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
2007/10/11 02:25 2007/10/11 02:25
Out of Print: Mevis & Van Deursen
아웃 오브 프린트: 메비스 & 판 되르센의 그래픽 디자인전

  • 기  간  2007년 10월 5일(금) - 11월 4일(일)
  • 장  소  국민대학교 제로원디자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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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자드닷컴 두 번째 이야기 오픈을 준비하는 참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 좀처럼 전시회나 박람회에 갈 기회가 없었다. 얼마 전 원영이가 술 한 잔 기울이며 이번에 제로원디자인센터에서 열리는 네덜란드 디자이너 전시회에 가보라고 추천해 주어서 일요일 느지막이 방문하였다.

네덜란드 그래픽 디자이너 메비스와 판 되르센은 사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지만 방문하기 전 미리 읽은 글에서 '더치 디자인의 정수'라고 표현한 것을 보고 내심 기대가 되었다. 학부를 마치고 유학을 가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중이었는데, 특히 네덜란드 쪽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 오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영국이나 미국은 엄청난 학비의 부담이 있을 것 같고, 독일은 학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지만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과는 너무 거리가 있고, 네덜란드가 학비도 저렴하고 스타일도 비슷한 것 같아 딱이었다.

어쨌든 나는 대학로에 위치한 제로원디자인센터 자그마한 전시장에 들어가 여기저기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래픽 디자이너라고 했지만 편집 디자이너에 가까워 보였다. 어떠한 '이미지'를 사용한 경우는 많지 않았고 대개가 텍스트의 배치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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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이런 식이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어떤 잡지를 편집한 것이었는데, 그리드 시스템이 매우 특이하면서도 정교하게 짜여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페이지 번호를 텍스트 위쪽으로 올린 대단한(?) 실험을 했다. 그림에서 연한 회색 부분에는 어떤 색을 입힌 것이 아니라 펄을 입혀놓았다. (사실 어떻게 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매우 인상 깊어서 한 10분은 서서 봤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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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는 것을 토대로 대충


이것도 페이지번호를 배치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딱히 기능적으로 우수하다고는 볼 순 없지만 실험정신이 탁월했다. 그리고 다른 여러 작품에서도 보이는 면구성을 무시한 텍스트 배치, 즉 위 그림처럼 정확하게 파란색 부분이 텍스트 위쪽에 있지 않고 어중간하게 걸쳐있는 것이 또한 인상적이었다. 면 뿐만 아니라 사진 위에 텍스트가 걸쳐 있는 것도 있었는데, 생전 그런 것은 처음보았다.'편집디자인이야 대충 타이틀과 텍스트 배치하는 것이지 뭐'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일침을 가하는 작품이었다.

그 외에도 영화표 반을 뜯어내듯이 페이지들 중 일정 부분을 뜯어 낼 수 있게 만든 책도 있었고, 패션 디자이너 빅터&롤프 아이덴티티 정립과 함께 뉴스레터 디자인을 한 부분도 기억에 남았다.

파격적인 색상과 텍스트의 배치,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는 세심한 배려는 네덜란드 디자인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짐작이 갈 수 있게 하였다. 요즘 나에게 영감을 주는 소스가 참 없었는데 참 좋은 자극이 되었던 것 같다. 역시 디자이너는 많이 공부하고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2007/10/08 03:40 2007/10/08 03:40